
[참좋은뉴스= 김태형 기자] 경찰을 꿈꾸던 19세 청소년 노동자가 일터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후, 경찰 수사와 무혐의 처분에 절망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시민사회와 유가족은 공권력의 무능함과 가해자 중심의 수사를 강하게 규탄하며 검찰의 엄정한 기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청소년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26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 수사 규탄 및 검찰 기소 촉구’ 그리고 8,200명의 시민 서명부를 전달했다.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하던 피해자 고(故) 채00 양(당시 19세)은 지난해 9월부터 학자금을 벌기 위해 안산의 한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채 양은 같은 해 12월 일터의 연장선인 회식 자리에서 40대 업주로부터 성폭력(준강간)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해바라기센터를 찾아 응급 키트를 채취하고 적극적으로 사법 절차를 밟았다. 사건 당시 채 양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을 넘어선 0.085%로, 지인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메시지와 육성 녹음까지 남기는 등 '항거불능'의 정황이 명확해 보였다. 그러나 안산단원경찰서는 피해자를 단 한 차례 조사한 후, 가해자가 임의 제출한 편집 가능성이 있는 CCTV 백업본 영상과 피고소인 측 진술 등을 근거로 사건을 '혐의없음(불송치)'으로 종결했다. 고용주와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압도적인 위계·위력 관계와 피해자가 처했던 경제적·구조적 종속 상황은 수사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것이 공동대책위원회 측의 지적이다.

결국 채 양은 불송치 결정을 통보받은 지 사흘 만인 올해 2월,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이의신청서를 휴대폰에 남긴 채 투신하여 세상을 떠났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재조사가 이루어졌으나 경찰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현호 들꽃청소년세상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임금을 주는 40대 업주와 그 임금으로 생계를 잇던 19세 청소년 노동자 사이에 대등한 관계는 없다"라며 "CCTV 속 찰나의 행동이 두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반응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단 한 번도 검토되지 않았다"고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강 1도씨 대표 역시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만을 수용하는 수사 방식은 범죄를 독려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안산단원경찰서의 공식 사과와 수사 시스템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대독 된 편지에서 피해자의 어머니 배00 씨는 피눈물을 흘리며 직접 확보한 CCTV 영상과 증거들을 공개했다.
배 씨는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본 결과, 아이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며 벽에 부딪혔고 사장이 물건을 이동시키듯 뒤에서 끌어안은 채 사각지대로 끌고 갔다"라며 "테이블에 엎드려 의식을 잃은 7분간의 범행 시간이 어떻게 '합의된 성관계'가 될 수 있느냐"고 오열했다. 이어 배 씨는 "경찰은 응급기록지나 산부인과 진료 기록 등 신체적·정신적 상해 기록을 쟁점이 아니라고 무시했고, 짐승처럼 울부짖는 아이의 육성 파일마저 적극적으로 수집하지 않았다"고 폭로하며, 검찰이 CCTV 포렌식 무결성 검증과 의학적 정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이옥회 경기탁틴내일 대표는 "사법 시스템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절망 앞에서 그녀는 결국 죽음으로써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고발해야 했다"며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어떻게 정반대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총체적 시스템 오작동의 결과”라며 규탄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 직후, 고인의 마지막 유서가 된 대형 '이의신청서'와 일주일 동안 모인 안산 시민 등 8,200여 명의 서명부를 수원지검 안산지청 민원실에 정식 접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건의 공을 넘겨받은 검찰이 과연 경찰의 부실수사 오판을 바로잡고, "청소년 노동자는 성착취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원칙을 증명해낼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