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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의 여유> 친정엄마 같은 올케언니

친정 엄마 같은 올케 언니

 

 

 

작은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나는 친정엄마 같은 올케언니를 떠올렸다.

 

아픈 몸으로 지은 농산물을 아낌없이 퍼주는 언니다. 나는 그런 언니의 고마움을 보답은커녕 가슴속에 묻어두고만 살아왔다. 이제야 깊숙이 들어앉은 진심을 꺼내 보련다.

새언니가 시집 왔을 때 나는 15살이었다. 언니는 엄마 없이 자란 시누이에게 자식처럼 따뜻하게 대해줬고 나는 엄마 품이 그리웠는지 언니를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등교하는 시누이를 매일 같이 새벽밥을 지어 아침밥을 거르지 않게 했고 도시락도 꼬박꼬박 챙겨 주셨다. 보릿고개 시절이었지만 쌀밥으로만 싸 준 기억도 생생하다.

 

없는 살림에 시집온 언니는 장손 며느리도 아니었는데 홀시아버지 모시고 힘든 대소사를 도맡아 치렀다. 그리고 언니 자식이 4명인데도 3명의 사내 조카를 키우게 되었다.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감히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감동의 물결이 하늘까지 전해졌는지 조카들은 말썽 없이 잘 자라 주었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살고 있다. 지금도 큰 엄마 집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조카들이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나 역시 언니에 대한 고마움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내가 결혼할 때 언니가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고모, 오빠한테 혼수품목 빠짐없이 말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 당시 오빠가 경제권을 갖고 있었고 오빠는 혼수 문제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한 가지라도 더해주고 싶은 언니의 애틋함이었다. 1980년 컬러텔레비전방송이 시작되었다. 나는 1982년도에 결혼했다. 혼수품으로 신형인 컬러텔레비전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새언니는 혼수니까 해준다면서 컬러텔레비전으로 사라고 했다. 단칸방에 가구와 가전제품을 들여놓으니 간신히 부부가 잘 수 있는 공간만 남았다.

 

집주인 가족들은 컬러텔레비전방송 보겠다고 우리 방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흑백텔레비전마저 드물었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1977년 임예진 주연의 ‘봄 처녀 오셨네, 라는 연속극이 장안의 화제였다. 결혼하기 5년 전의 일이다. 농사일 마치고 저녁이면 텔레비전이 있는 이웃집으로 몰려갔다. 요즘은 농촌과 도시의 경제적인 격차가 크지 않았으나 그 당시에는 서울과 시골의 문화 차이가 매우 컸다.

 

나는 지금도 친정 마당에 들어서면 기분이 참 좋다. 오빠, 언니도 좋은가보다. 우리가 가면 벼 방아를 찧고 추녀 끝에 매달린 마늘과 양파를 떼어 낸다. 언니는 채소, 콩, 깨, 고춧가루 등 승용차가 휘청거릴 정도로 실어준다. 불시에 찾아가도 언니가 차려준 밥상은 언제나 진수성찬이다. 남편은 좋은 안주에 기분 좋게 술 한잔하면 처남댁을 장모님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엄마같이 편안하고 격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이런 친정을 지인들한테 자랑한다. 비록 부모가 안 계시는 친정이지만 우리 새언니는 갈 때마다 반가워하고 바리바리 싸준다고, 지인들은 새언니가 시누이한테 어쩜 그렇게 잘하냐며 부러워한다.

그렇다. 친정은 나에게 아늑한 품이고 든든한 버팀목이다. 언니 오빠 덕분에 40년 살림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 이젠 작은 텃밭에서 우리 먹을거리는 충분하다. 여태껏 친정에서 가져다 먹었지만, 역으로 친정에 보내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농사는 얻는 수확이 있어 기쁘지만, 몸이 부서지는 일이었다. 나는 고작 2년 농사짓고도 안 아픈 데가 없다. 그런데 4~50년을 지어온 언니 오빠의 몸은 어떻겠는가. 허리는 구부정하고 걸음은 절룩거린다. 그러면서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힘들게 지은 농산물을 자식 형제는 물론이고 과객에게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시집와서 호강이란 모르고 헌신하며 살아온 언니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다. 곧 무릎 수술을 앞두고 있다. 통증이 심해도 일 때문에 수술을 미뤘단다. 농한기를 이용해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했다. 지난 여름에 잠시 친정에 들렀더니 일을 두려워하지 않던 언니 오빠가 고추 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몸도 맘도 많이 약해진 모습이었다. 언니와 오빠는 단 하루도 집을 비울 수가 없다. 농사일 때문도 있지만, 소를 키우기 때문이다. 여행 한 번 같이 간 적 없는데 더 늦기 전에 형제자매 모두 모여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 미친 듯이 극성을 부리는 코로나가 언제 허락할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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