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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의 여유> 행복을 주는 손자

수필가 구순옥

 

 

손자는 2021년 새해 벽두에 태어났다.

얼마 전 돌을 맞이했다. 나는 며느리가 보내준 손자 사진을 보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한 해를 보냈다. 내 프로필 사진에도 온통 손자 사진이다. 봐도, 봐도 미소만 흐르게 하는 행복을 주는 손자다.

 

사계절을 두 번이나 넘긴 코로나 19는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고 믿는다. 손자가 태어났을 때도 널뛰는 코로나 때문에, 병원은 봉쇄되어 아빠는 갓 난 아들 보기가 쉽지 않았다. 산모 혼자 많이도 외로웠으리라.

며느리는 금쪽같은 아들을 사진 찍어 가족에게 매일 보냈다. 나는 신생아들은 생김새가 비슷비슷하여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붉은 얼굴에 좁쌀처럼 뭐가 나 있고 피부는 쪼글쪼글하고 솜털도 나 있다. 그런데 손자는 볼이 뽀얗고, 통통했다. 피부에 솜털도 없고 갓난아이 같지가 않았다. 족히 두어 달 된 아이처럼 똘똘해 보였다.

 

나는 이런 손자를 품에 안고 손도 만져보고 눈도 마주치고, 어르고도 싶었다. 생후 3주 되어서야 극적인 상봉을 했다. 반듯한 이목구비, 고사리 같은 손, 오동통한 발, 두툼한 다리, 생김생김이 부모를 똑 닮았다. 갓 퇴원한 며느리는 아들 자랑에 신이 났다.

“시준이 봐주는 간호사 선생님이 신생아 중에 제일 잘생겼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냥 듣기 좋은 말로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사실 저도 시준이 보다 더 예쁜 아이는 못 봤거든요,”

“그래, 팔불출이 따로 없구나, 할머니 할아버지도 그렇게 보이는데 엄마인 너는 깨물어 주고 싶도록 예쁘겠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자기 몫은 다 타고난다며 아이를 잉태하면 무조건 낳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인구가 많아졌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라는 산아제한이 시행되었다. 나라의 방침에 따라 나도 딸, 아들 구별하지 않고 2명만 낳았다.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자식들은 입시와 취업경쟁이 치열했다. 아이들 초등학교 때의 오전 오후반이 신설되기도 했다. 그 후 쭉 자식을 두 명 아니면 한 명만 낳아 인구는 급속히 줄었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은 여전히 취업난을 겪고 있다. 최첨단기술로 인력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해도 아이 낳는데, 연연하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예산을 쏟아 부어 보지만 출산율은 계속 줄고 있다. 남의 손에 키워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지, 젊음을 즐기며 살자 주의인지, 아니면 미래가 불투명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자식 낳는 일이 우선시 되었으면 좋겠다.

자식이 아이 봐 달라고 부탁하면 거절할 부모는 드물 것이다. 바싹 늙어질 만큼 어렵고 힘들어도, 나 역시 꼭 봐야 한다면 봐주려 했다. 다행히도 며느리가 일 년 동안 출산 휴가를 받아 보고 있다. 될 수 있으면 자식은 엄마가 돌봐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세 살까지의 인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손자는 이번 신학기 3월부터 어린이집에 들어갔다. 어린이집에 가면 모든 게 낯설어 잘 적응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제부터 손자는 본인 의사 상관없이 교육의무에 들어가야 한다.

요즘 골드 이모, 골드 고모, 골드 삼촌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본인은 결혼하지 않고 조카에게 잘하는 일명 조카 바보를 말한다. 우리 집에도 골드 고모가 있다. 지난해 여름, 고모는 조카를 위해 대형풀장을 구매했다. 먼 훗날까지 생각해 큼지막한 것으로, 장만했는데, 물 데우는 일이 최대 관건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물을 받아 놓았지만, 이글거리는 땡볕도 적정온도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아빠 품에 안긴 손자는 물에 들어가자마자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어 재 킨다. 물이 차가웠나 보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즐거운 표정을 상상하며 풀장을 설치하고 물도 받아 놓았는데 손자의 물놀이는 단 몇 초 만에 끝나버렸다.

“시준아, 할아버지가 다음에는 물 따뜻하게 받아 놓을 테니 또 와라, 그때는 신나게 헤엄치며 놀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족들은 집 설고, 사람 설고, 물선 7개월 된 영아에게 많은 것을 바라고 원했다. 가족들의 성급한 생각이고 앞서가는 행동임을 알았다.

행복한 가정의 연결고리는 손자로서 비롯된다. 비시시 웃고, 옹알이하고, 목 가누고, 뒤집고, 앉고, 돌이 지난 지금은 간신히 잡고 일어선다. 이처럼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동안 손자를 제대로 한번 안아보지 못했다. 낯가림이 심해서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안으려면 꼬집는 듯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그런 손자가 요즘 달라졌다. 나에게 바짝 다가와 안긴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동물은 낳으면서 걷기 시작하는데 사람은 걷기 위해 일 년이란 과정이 필요하다. 앉고, 기어 다니고, 일어서고, 아장아장 걷고, 말을 시작한다. 아이가 천천히 성장하는 것은, 그때마다 부모에게 기쁨과 보람을 안겨 주기 위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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