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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현장 전문가에게 듣는다-1화> 공감과 감동

 

<다문화 현장 전문가에게 듣는다-1화>

 

공감과 감동

 

형진성 LEO센터 센터장

 

28년 전인가?

1995년 4월에 필자는 29살 어린(?) 나이였고, 결혼하자마자 28살 어린(?) 아내와 함께 고국을 떠나 낯선 땅 러시아로... 그것도 제일 추운 지역인 “사하공화국”이란 곳의 수도인 ‘야쿠츠크“로 떠났다. 영하 60도의 겨울이 4개월 지속되고, 방 안과 밖의 온도차가 100도를 넘나드는 곳에서 살면서 딸을 낳았다. 그 아이가 태어난 산부인과를 나오던 날의 오전 기온이 영하 55도였다. 그래서일까? 지금 우리 딸은 내가 좀 춥다고 느껴야 잠을 더 잘 잔다.

 

그렇게 살다가 일하다가 2015년 2월 구정 전날 난 러시아의 삶을 정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에 들어와 다른 공부를 하고 학위를 취득하여 다시 러시아로 들어갈 생각에 한 5년 정도만 한국에 있자 생각했다. 본부에서 잠시 일을 하다가 안산에 구소련지역 출신민들이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고, 마침 본부에서는 나에게 안산다문화센터장을 맡으라고 임명을 했다. 매일 서울과 안산을 오가며 다른 센터들을 방문하여 사역들을 여쭙고, 또 우연히 만나게 되는 구소련지역민들을 통해 이곳 한국에 들어온 그들. 특히 우리가 “고려인”이라고 부르는 그 분들이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하나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을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본부측의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배우고자 함이 없는 모습들을 보면서 본부에서의 업무를 중단하고 사직한 후, 내가 직접 운영하는 공동체를 꾸리기 위해 아예 서울에서 안산 사동으로 이사를 왔다.

한적한 공원과 산책로가 많고, 여타 교통 상황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선 원곡동 선부동 땟골 등 보다 우수하다 생각하게 되었고, 그런 생각은 주변의 늘어나는 러시아계 고려인들을 통해 입증되기 시작했다.

 

처음 막연히 아이들을 위한 공동체, 성인들을 위한 한국어 학당 등을 운영할 생각으로 시작된 공동체였지만, 막상 아이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보니 아이들의 한국어 수준은 내 생각보다 더 처절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인데도 한국 유치원 아이들만큼의 어휘력이나 이해력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적어도 내가 만나는 안산시 사동 주변의 구소련 지역 출신민들의 자녀들에겐 “한국어 구사”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부모를 통해 구어체적인 언어 구사는 가능하지만 러시아 책을 읽는다던지 러시아 단어를 읽고 쓰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총체적인 문제다. 한국에 남는다고 해도 한국어가 안 되서 문제이고, 돌아간다고 한들 러시아어가 말하는 수준의 언어만 가능한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우리 딸 아이가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러시아 유치원을 거쳐 러시아 공립학교를 다니다 지금은 러시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우리 아이에게는 한국적인 정서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 딸을 통해서 보던 모습들이 지금 내가 운영하는 “LEO센터”를 통해 만나는 아이들에게서 보게 된다. 딸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가 있는 전갈을 받으면 우리 부부는 1주일 전부터 “무슨 말을 하고 듣게 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 미리 준비를 하고 학교에 간다. 그러면 그 긴 시간동안 학부모들과 담임선생님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딸에 대한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경우 질문도 해야 했다. 아이들을 모습뿐만 아니라 한국 초등학교에서 날아간 “통지문”을 받아든 이 아이들의 학부형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우리 딸 같은 정체성의 문제, 학습의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며, 우리 부부가 겪었을 학교와의 소통의 문제 등을 안고 있는 학부형이 얼마일까? 우선은 “공감”이 되어야만 한다. 정조 때 대문장가인 유한준의 글이 이 시대 다문화를 열어가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 필요한 첫 단추가 될 것이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참으로 알면 사랑하게 되고, 참으로 사랑하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모으는 것은 한낱 사사로이 모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을 먼저 이해해야만 진정으로 우리와 그들이(고려인) 하나 될 수 있다. 그들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통합적인 사회를 이룩할 수 없다. “공감”을 못한다면 “감동”은 없을 것이다.

 

 

안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수가 2021년 12월 기준으로 16,000명을 넘어섰다. 선부동 땟골에 이어 한양대 앞 사동 지역에도 촌락을 이루면서 살고 있는 고려인들은 동포 비자라 비교적 쉽게 가족과 함께 입국해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록구에서는 석호초등학교나 성안중학교에 다수의 고려인 학생들이 통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 사동에서 2019년에 개소해서 고려인방과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LEO센터 형진성 센터장은 러시아에서 20여 년간 러시아 일반 공립학교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 태권도 등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인 학생들에게 한국어 및 학과 학습을 지도하고 있다. 형진성 센터장은 수년간의 노력에도 고려인 학생들은 한국어 실력이 전혀 늘고 있지 않아 학습을 포기하는 고려인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본지에 글을 기고했다. 연재로 소개될 이 기고문에는 현재 고려인 학생들의 정체성의 문제 및 실태, 교육 수준과 학습 부진문제, 러시아 교육과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강희숙 전문기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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