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은뉴스= 김태형 기자] 지난 3월 29일, 세월호참사 9주기를 앞두고 ‘4.16민주시민교육원’ 전명선 원장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딱히 진행 절차를 정하지는 않았다. 사실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유족들에게 무얼 묻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말 한마디 실수로도 아픔을 되살릴까 두려웠다. 수없이 교육원 앞을 지나도 선뜻 들어가기가 왠지 송구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마치곤 커다란 변화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안전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기념비적인 장소로 변모해 있었고 유족 중 한 분이신 전명선 원장의 말씀에 오히려 내 자신이 위안을 받았다. 하고 싶은 말씀을 요청했고 그저 듣고 몇 말씀을 옮겨 놓았다. 많은 시민들이 모르고 있었지만 소중히 지켜야할 소중한 우리 유산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 4.16민주시민교육원 설립 계기
“시민들이나 도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부분은 일단 이 교육원이 설립되게 된 계기 같은 거 좀 얘기를 해 드리고 싶어요. 4.16 민주시민교육원 그러면 거기가 뭐 하는 곳인가 이렇게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이 4.16 민주시민교육원은 4.16 참사 이후에 참사의 아픔을 공감하고 기억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그 다음에 참여와 연대의 실천으로 민주시민 교육을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경기도 교육청의 직속 기관입니다.
그리고 설립하게 된 배경을 보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 이후에 7개 협약 기관이 함께한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을 시작(2016년 5월 9일)으로 2020년 경기도교육청 행정기구 조례 설치 개정을 통해 규정이 신설되고 21년도 4월 12일에 개원하게 됐습니다.”
<7개 협약 기관> 경기도교육청,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경기도, 경기도의회, 안산시, 경기도안산교육지원청, 단원고등학교
|
-. 4.16민주시민교육원 소개
“이제 교육원에 대한 소개를 드리고 싶습니다.민주시민 교육원에서는 무엇을 하느냐고 했을 때 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4.16 세월호참사 그러면 왜 이렇게 유가족들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그 다음에 그 세월호참사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저는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 오보도 있었고, 대한민국이 조선강국 1위 아닙니까. 세계 조선강국 1위였고 세월호 침몰 지역이 인근 연안이었고..... 그래서 그 모습이 전 세계로 그대로 방송이 된 거에요. 세월호 선체가 기울어져 있을 때 보면 아이들이 창문에 손을 대고 기다리고 있던 모습이 그대로 생생하게, 그냥 수장되는 모습이 다 방영이 됐잖아요. 언론을 통해서 지켜보던 국민들은 그 자리에 없었어도 그분들 모두가 나는 피해자다, 그 다음에 영원히 지어지지 않을 그런 화인(火印)으로 자리 잡았다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에 대해서 희생자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분들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세월호가 어떻게 보면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를 염원하는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지속적으로 많은 시민들과 혹은 해외에서까지 결합해서 활동이 이어졌다라고 봅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이 민주시민교육원도 일곱 개 협약 기관에 의해 건립되게 됐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월호참사가 국가적, 사회적, 교육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부분을 시사했다는 부분이 있는데 그래서 각계에서 많은 분들이 같이 참여하고, 연대하고 활동들을 하셨잖아요. 그래서 국가는, 그다음에 정부 기관에서는, 교육계에서는 각자의 이렇게 변화되는 모습이 지금 많이 바뀌어 가고 있어요.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 부분도 사실은 모르고 있어요. 그것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고 받아들인 부분들을 국민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만들면 되는데 사실은 기념되는 주기 말고는 아주 관심이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분들 말고는 잘 모르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감히 그렇게 얘기 드리고 싶은데 그 당시 세월호참사가 또 세월호참사를 지켜본 우리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느냐에 대한 부분은 저는 제 주관적으로 그런 생각을 합니다.세월호참사를 통해서 학생들의 주체성 확립, 그 다음에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삶의 민주주의 실천이라든가 또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함께 실천하고 행동해야 한다를 교육적으로 세월호참사가 우리 사회에 요구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민주시민교육원에서는 사실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교육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세우고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서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교육 활동, 체험 중심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에서 교육 과정들은 크게 두 가지 과정이 있는데 청사담 과정과 청시민 과정입니다.
청사단은 ‘청소년 416을 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험 중심의 그런 교육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원 방문형이 있고 우리가 찾아가는 교육형, 그 다음에 온라인 교육 등 이렇게 세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청사단 교육 과정은 체험 활동 중심으로 진행이 됩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 와서 직접 체험하고 오후에는 경기도 해양안전체험관과 업무 협약을 통해서 체험 교육을 진행합니다.
청시민 교육과정은 8개 교육과정이 있습니다. 청시민 교육과정은 22년 6월에 한국 UNESCO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프로젝트 인증을 받았습니다. 우리 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청시민 교육과정이 UNESCO 가입국 각 나라의 지속 가능 발전 교육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청시민’은 청소년은 시민이라는 뜻입니다.그 다음에 연극이라든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임 같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연극도 안산대학교와 협업을 해서 진행하는데 교육 프로그램 종류는 많습니다.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우리 교육원의 「청시민 교육과정」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관하는 2022년도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공식 인증 교육프로젝트입니다(출처: 4.16민주시민교육원 홈페이지) |
-. 단원고 4.16 기억교실, 국가지정기록물 제14호 등록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2021년 12월 27일 국가지정기록물 제14호로 등록이 됐습니다.그 의미는 단원고의 10개 교실과 1개 교무실을 그냥 단원고에서 여기로 옮겨왔다는 게 아니라 실제 내포하고 있는 부분은 당시에 교실을 그대로 복원을 해서 민주시민교육원이 개원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국가지정기록물 제14호로 등록돼 있는데 그 의미는 국내 공간 기록물로서는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가 잘 아시다시피 위안부 할머니들 공간이 하나가 있고 공간 기록물로써 국가지정기록물로 민과 관이 동시에 등록된 곳은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유일무이합니다.
4.16 기억저장소 그러니까 이 기록물이 지금까지 관리될 수 있었던 것은 참사 이후 시민사회단체, 유가족들 그리고 기록 전문가인 명지대학교에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다음에 대통령 기록관 전 관장, 한신대학교, 서울대학교의 도움도 있었습니다. 교수님과 제자들께서 참사 현장을 찾아 주셨습니다. 그렇게 구성된 4.16 기억저장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단체로 등록을 한 거죠. 그렇게 해서 우리가 참사 초창기서부터 기록물을 보존했습니다. 처음 참여했던 이유가 그런 분들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수습하기 이전에 많은 분들이 사고 현장을 방문해 주셨죠. 그리고 과거사를 경험하셨던 분들이 그런 조언들을 해 주신 거예요. 초기에 진상 규명을 위해서...보존 처리도 했습니다. 세월호가 인양됐을 때도 국가가 나서서 한 건 세월호 선체가 인양될 때 선체조사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인양될 당시에는 예산 배분이 안 된 상태였습니다. 실제 인양돼 자연에 노출되면 그 기록물들은 다 소실되고 어떻게 복구나 보관을 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지류 같은 경우에는 바로 냉동고에 넣어서 얼려야 되고 휴대폰이라든가 디지털 기기 같은 것들은 증류액에 넣어서 산화하지 않도록 해야 되고 염도를 다 뺀 다음에 디지털 포렌식을 할 수 있게끔 유지를 해야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상주하셨으며 증류액도 1천 톤이나 기증 받았습니다.
전문 영역에서 시키는 대로 탈염하고 그런 행위들을 계속해서 지금 보존 처리까지가 될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교실을 단원고에서 옮겨서 만든 게 아니라 그대로 창문을 커팅하고 천장에 텍스트도 넘버링을 다 해서 있는 그대로 갖다가 복원을 한 거죠. 복원을 하고 나서 기록적 재난 아카이빙으로 보면 사회적 재난 참사에 대한 교육적 가치가 높게 인정 되고 미래 세대에 전승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국가지정기록물로 등록이 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엄마들의 힘도 기여했습니다. 아이들의 유품을 시키는 대로 촬영하고 보존하는데 3년 반을 울면서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존 처리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그것은 순수한 엄마의 힘이었습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없겠지만 그렇게 아픔을 가지고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던 그 의미..... 기록 전문가로서 얘기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서, 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으로서 후대 교육의 장으로 반드시 활용이 되고 역사에 전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시민교육원에서 하고 싶은 것
“민주시민교육원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4.16 민주시민교육원, 세월호참사 그러면 사람들이 아파하거든요. 왠지 마음 아프고 슬퍼지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사 이후 9주기를 맞아서가 아니라 참사와 그 참사를 토대로 해서 변화되는 사회,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변화되는 사회의 모습이 돼야 합니다. 그걸 통해서 안전 제도 시스템이 마련되고 시민의식이 높아져 사회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의 희생이 가치 있는 것이고 희생된 분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교육원을 통해서 확대하고 확장시켜 나가려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잊지 않기 위해서는 직접 와서 느끼고 체험하고 해야지 선생님들이 주입식으로 가르친다고 될 건 아닙니다. 참사 이후에 변화된 5가지가 있습니다. 그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첫 번째는 달력을 보면 4월 16일이 뭐라고 표기가 돼 있냐면 국민 안전의 날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바뀐 게 세월호참사 이후에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서 발표한 부분이죠. 세월호참사 이후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제정 선포했습니다.
두 번째 바뀐 부분은 명예 졸업 학적부 신설입니다. 과거 대한민국 헌정 사상 등하교나 대학생 MT, 아이들 소풍이나 체험학습을 가거나 학사 일정 중에 희생당하고 나면 희생자들의 의견과 아무 상관없이 제적 처리했었죠. 제적 처리 당하는 일이 없게 된 겁니다. 명예 졸업 학적부가 신설됐다고 표현하셔도 될 것 같아요. 세 번째 바뀐 것이 생존 수영 교육입니다.
우리나라는 빈부의 격차가 있잖아요. 수영 또한 중상층 이상은 유치원이나 유아 시절 수영을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진 자와 안 가진 자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은 그만큼 가치가 있습니다.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될 게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첫 번째 의무 아니겠습니까. 가진 자, 안 가진 자를 가리지 않고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생존 수영을 배우게 됐습니다.네 번째는 안전교육이 의무화 됐습니다.
가끔 뉴스에 초등학교 학생들 소식이 나옵니다. 화재가 발생한 지역에서 초등학교 6명 중 한 명은 119에 전화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인근 소화기를 찾으러 갔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화재가 번지지 않게 주변 정리했지요. 인터뷰를 하면 하나같이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배웠다고 합니다.
다섯 번째는 세월호참사 이후 3년 6개월에 걸쳐서 대한민국이 최초 재난 단일 통신망을 구축한 것입니다. 보고 체계가 수십 단계를 걸쳐야 하고 중간에 누가 부재중에 있으면 보고가 안 되잖아요. 그래서 소방공무원, 해경, 경찰, 소방, 지자체 공무원까지 재난 현장에서 단일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 부분도 사실은 모르고 있어요”라는 말씀에 공감을 하게 됐다. 또한 “세월호참사 그러면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시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씀에는 위안을 받았다.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참사를 막는 일이다.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