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호(2020년 4월 20일 발생)]
이웃의 이야기 ‘모두 다 꽃이야’/제20화
‘장애’라는 특성
필자 김정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멈춰버린 듯한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바뀌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장애인의 날이 다가왔다. 장애인의 날은 4월 20일이다. 부끄럽지만 사전에서 장애인의 날을 검색해서 제대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명에 의하면, 장애인의 날은 민간단체에서 ‘재활의 날’로 이어오던 것을 1981년부터 국가가 ‘장애인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장애인의 날이 4월 20일이 된 것은 4월이 일년 중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어서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고, 20일은 다른 기념일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설명을 읽다 보니 우리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요즘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 활동가들은 장애를 그 사람의 특성으로 이해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서 장애인을 외계인 쳐다보듯 하는 시선의 폭력을 멈추고, 우리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바라봐 달라고 외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장애인의 날에 대한 사전의 설명은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장애는 재활을 통해 치료하거나,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설명되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 배우 오윤아 씨가 나왔다. 그녀는 자폐성장애를 가진 아들과의 일상을 공개하고, 자연스럽게 함께 외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밖으로 나와서 다른 사람들도 장애인을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그 인터뷰를 보면서,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 사회의 에티켓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깊이 공감을 했다. 그랬는데... 그 다음날 기사에서는 오윤아 씨의 아들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었다. 기사의 논조는 물론 장애부모인 오윤아 씨의 당당함이나,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글에서조차 장애가 무슨 질병도 아닌데, 앓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장애가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누구에게는 아주 사소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애를 치료와 재활의 대상으로,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이런 시각에는 장애를 가진 인간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깔려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장애인들의 사회적 진입장벽을 허무는 대신, 열등한(!)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밀어내고 숨기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회가 달라져 많은 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장애인의 날이라고 학교에서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고, 직장에서도 이러한 교육이 의무화되었을 정도로 제도도 정비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떤 장애인이 사회에서 크게 성공하면 그 사람이 장애를 ‘극복’했다고 표현한다. 그 사람이 성공해서 장애가 사라졌는가? 결코 아니다. 그 사람에게 장애는 그가 가진 여러 특성 중 하나이다. 마치 당신이 뽀얀 피부나 곱슬머리, 혹은 빨간 색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듯이 말이다.
필자의 아들은 ①자폐성장애를 가진 ②9살 ③초등학생이다. 이 한 문장에서 아들은 ①, ②, ③의 세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에서 이 세 가지 특성이 같은 무게로 인식될 날이 언젠가는 올까? 이런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이지만, 장애가 특성으로 이해받지 못하는 사회에 자식을 내놓아야 하는 엄마인지라, 필자 역시 어린 자식을 다그쳐가며 사회생활의 에티켓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적 삶을 그만둘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다시 한 번 희망을 품어 본다.
‘모두 다 꽃이야’는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꽃이 어디에서 어떻게 피어도 모두 다 꽃이듯,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도 모두 하나하나의 소중한 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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