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우리의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춘삼월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와 유치원에 가지 못하고, 놀이터⋅공원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려 해도 주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일상의 변화는 불편함을 넘어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인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모두에게 똑같이 미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특히 시설에서 집단감염된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자가격리가 되어도 홀로 생활하기가 어려운데, 시설이나 가족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활동지원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과연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감염병은 장애인에게 또 하나의 생존싸움을 요구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상황은 일상의 장애아동들도 마찬가지이다. 안산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관내의 모든 복지관이 한 달째 휴관 중이다. 복지관은 장애 아동을 포함한 지역의 장애인들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재활시설이다. 장애아동들이 많이 다니는 사설 발달센터도 상당 부분 운영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치료를 받을 곳이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고 있다. 늘어난 양육부담에 치료 중단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져, 장애 가정은 오늘도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우리집 역시 이러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큰 아이가 이용하던 대부분의 치료수업은 중단되었다. 둘째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급돌봄을 신청해 놓기는 했지만, 막상 겁이 나서 보내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근처의 외할머니댁을 오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9살과 6살의 두 아이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날마다 밖에 나가자며 조른다. 밖에 나가지 못하면 집안에서 쿵쿵 뛰어다녀 아랫집에 민폐를 끼치고, 온 집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기 일쑤이다. 엄마와 외할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다 못해, 결국 혼이 나고서야 이 사태가 일단락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T.T)
이렇게 실내에서 전쟁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애도 어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하루는 답답한 마음에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섰다. 차를 타고 사람이 없을만한 놀이터를 일부러 찾아가 1~2시간 정도를 놀게 했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해맑은 얼굴로 “우리 내일 또 오자!”를 외쳤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나는, ‘내일은 또 어디를 찾아가야 하나?’, ‘어딜 가야 사람들이 없을까?’ 다시 고민을 시작해야만 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은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불편해해서, 외출할 때마다 “나가자”, “안 간다”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곳을 가도 사람이 별로 없어 그런지, 오히려 자기가 먼저 나가자고 한다. 나가자고 할 때는 싫다더니, 못 나가는 상황이 되니 밖으로 나가자고 하는 청개구리! 코로나19가 우리집에 남긴 웃지 못 할 아이러니이다.
긴긴 방학을 처음 경험한 아들은 이미 2월 초부터 “3월 2일에 학교 가기 싫어요!”라며 얘기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정말로 개학이 연기되자 “3월 9일에 학교 안 갈거에요!” 하고 외쳤다. 그런데 또 다시 개학이 다시 3월 23일로 연기되었다. 아들은 이제 “3월 23일에 학교가기 싫어요!”를 외치고 다닌다. 자기가 말만 하면 개학이 늦어지는 줄 아는 모양이다. 3월 23일에는 제발 학교에 갈 수 있기를... 제발 이 총성 없는 전쟁을 끝내고, 평온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평범한 등하교, 다른 사람들과의 부담 없는 만남, 걱정 없는 외출, 이런 일상이 누구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모두 다 꽃이야’는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꽃이 어디에서 어떻게 피어도 모두 다 꽃이듯,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도 모두 하나하나의 소중한 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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