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은뉴스= 김태형 기자] 안산지역 경로당의 대한노인회 탈퇴가 본격화 되고 있다. 최근 본지에서 안산시 소재 A노인지회의 공금횡령 의혹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어르신들을 위해 쓰여야 할 지회운영비가 아무 해명도 없이 감쪽같이 회계장부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A노인지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사 보도 후 상록구 소재 B경로당에서 제보가 이어져 취재에 들어갔다. 취재 결과 B경로당이 소속된 노인지회에서도 유사한 사례와 더불어 재정 운영 및 감사 선출에 대한 문제점이 표출됐다.
이 지회 역시 A노인지회와 마찬가지로 대한노인회 전임 이00 회장이 개인 사재를 출연해 중앙회에서 산하 연합회를 통해 지회운영비 3,100만 원을 내려 보냈다. 그러나 노인지회장은 이 운영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전임 노인지회장이 고발 조치돼 700만원의 벌금을 맞았다.
B경로당이 소속된 노인지회의 2023년도 정기총회 자료를 보면 ‘2022년 일반회계’에서 세입 결산금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경로당회비(55,960,000원)이며 ▲잡수입(23,303,759원), ▲이월금(3,960,110원), ▲예금이자(18,747원) 등이 뒤를 이으며 총액이 83,142,616원이 이른다.
세출 결산을 보면 ▲직책수당(1,680만원: 지회장, 사무국장, 총무, 관리, 경로 수당), ▲판공비(1,200만원: 지회장 직무 수당), ▲명절휴가비(600만원: 임·직원 명절휴가비), ▲급식비(600만원: 임·직원 식비), ▲여비(201만원: 관외 출장 여비 및 국외 연수비), ▲고용·산재(1,872,902원: 사용자 분) 순으로 총 결산액 77,915,712원 중 57%(44,687,902원)가 임·직원과 관련된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경로당회비와의 비율을 보면 79.8%나 차지한다.
B경로당 시설장은 “경로당 회비를 과다 징수해 직원들의 수당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럴 바에는 우리끼리 경로당을 꾸려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앙회에서 지원한 지회운영비 3,100만 원이 제대로 쓰였다면 지회 산하 경로당의 부담도 덜었을 것이다. 경로당 어르신들의 이의제기가 타당해 보인다.
안산시 소재 노인지회에서 끊임없이 횡령문제가 붉어지는 원인에는 대한노인회의 감사 제도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중앙회에서는 감사 기능을 시·도연합회에 이관한 상태다. 그러나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의 A노인지회 감사 결과에서 보듯 회계에 기록조차 되어 있지 않은 중앙회 지회운영비(3,100만원)가 누락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문으로 감사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자체 역시 보조금 사업과 관련한 감사만 진행할 수 있을 뿐이지 노인지회 운영에서 발생한 문제에는 규정이 없어 개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B경로당 시설장은 “대한노인회에서 탈퇴해도 경로당에 대한 안산시 지원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간혹 어르신 중에는 일자리나 복지관 이용에 제한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한 “우리 경로당뿐 아니라 타 경로당에서도 대한노인회를 탈퇴할 계획을 갖는 곳이 여러 곳 있다”고 부연했다.
‘안산시 경로당 지원조례’를 보면 “이 조례는 「노인복지법」 제36조, 제37조, 제47조에 따라 노인들의 자율적인 친목도모, 취미활동, 공동작업장 운영, 정보교환 및 여가활동 등을 할 수 있는 노인여가복지시설인 경로당의 설치·운영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으며 “▲경로당 시설 운영비, ▲경로당 시설 난방연료비, ▲경로당 사회봉사활동에 소요되는 비용, ▲경로당 시설 환경개선 사업, ▲경로당 운영활성화를 위한 교육·여가활동 프로그램 운영비, ▲그 밖에 시장이 경로당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어 대한노인회 가입 유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취재 결과 어르신 일자리 취업이나 복지관 이용은 대한노인회 회원 유무와 관계없이 이용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시 관계자는 “대한노인회 정관을 수정해 노인지회의 감사를 선정할 때 지자체가 지정한 외부 감사를 단 1명이라도 지정한다면 회계 비리를 막을 수 있지만 정관 개정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노인지회의 비리 예방에 어려움을 설명했다.
노인지회의 보다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합리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시 경로당의 대한노인회 탈퇴는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