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화는 그 시대의 풍습이나 일상생활을 표현한 그림이다. 그림에 문외한 나는 얼마 전부터 그림이 좋아졌고 알수록 흥미롭다. 그 이유는 그림 한 폭 한 폭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무엇 하나 그냥 그려진 게 아니라 다 뜻이 있고 의미가 있다. 나는 당대 최고의 화가 단원 김홍도에 대해 너무 몰랐다. 익살스러운 풍속 화가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화가는 시서화라 하여 시, 서예, 그림, 게다가 악기까지 모두 통달한 천재였다. 풍속화뿐 아니라 산수화 동물화 인물화 등 가리지 않고 독특한 화풍으로 놀랍게도 300여 점이나 남겼다. 관직에 오르지 못하는 중인 김홍도는 스승인 강세황을 만나 도화서 화원이 되었다.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정조대왕과 강세황은 김홍도를 당대 최고의 화가로 만들었다. 각종 행사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궁중 기록 화가이기도 했다. 단원의 궁중 기록화 대표작은 평안감사 향연도와 화성능행도이다. 물론 화원들과 함께 그렸다.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는 평안감사 부임을 축하하는 연회이다. 대규모의 인물 풍속화로서 번성한 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들이 모여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나타
억척스러운 삶과 따스한 가족애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던 젊은 부부는 캘리포니아에서 10년 살다가 다시 또 새 삶을 시작해 보겠다고 농업지역인 아칸소로 이주한다. 드넓은 초지와 허름한 트레일러 집은 이들이 살아갈 터전이다. 맘고생 몸 고생은 안 봐도 뻔하다. 남편은 빅 가든 청사진을 그리며 부푼 기대감으로 아칸소에 정착한다. 중고 농기계를 구입하여 직접 우물도 파고 밭갈이도 하며 농작물을 심기 시작한다. 이들에게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들이 있다. 아내는 병원도 멀고 마트도 멀어 생활하기에 불편하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며 캘리포니아로 돌아가자고 종용한다. 영농에 대한 야심 찬 포부를 가지고 있는 남편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갈 가장이 밑바닥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다. 물론 야망과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고통 받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보편적인 삶은 아니다. 식수도 안 나오고 가끔은 정전되는 낙후 된 지역이다. 일자리는 병아리 부화장뿐이다. 그나마도 두 아이 돌볼 사람이 없어 이역만리에 계신 친정엄마를 부르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부부싸움은 잦기 마련이다. 사람이 화나면 후회할 말도 많이 한
[참좋은뉴스= 구순옥 수필가] 얼마 전 갑자기 물 찬 제비부부가 우리 집에 날아들었다. 집을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이다. 둥지 틀 생각이었다. 강남 갔다 다시와도 살았던 집에서 둥지 튼다는 제비가 착각일까, 관심일까, 낯선 집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단다. 하찮은 미물이지만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생존본능은 위대했다. 땡볕, 바람, 비를 피해 안전한 곳을 찾는다. 추녀 끝에 흙집을 짓고 새끼먹이 나르며 소란스럽게 지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런데 요즘은 집안까지 들어와 마치 반려동물 인 냥 주인 행세하려 하고 동고동락(同苦同樂)하려 든다. ‘제비가 둥지를 튼 집안은 부자가 된다.’ ‘제비는 명랑하고 행복한 가정에 찾아온다.’ 는 등 제비에 대한 좋은 설들이 많다. 또 제비는 기상게스트이기도 하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올 조짐이고 높이 날면 청명할거란다. 은혜를 입으면 갚을 줄 아는 제비인지라 나는 모질게 대한 것에 마음이 무겁다. 그렇지만 현관 바닥에 똥과 오물로 얼룩질 걸 생각하면 어찌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제비가 다른 집에서는 어느 곳에 터를 잡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검색결과 우리 집과 똑같은 위치이다. 현관에서 들어오는 중문 틀에 짓고 있
이런 날을 두고 인생살이가 살만하다 하나보다. 수개월을 마음속으로 마중했던 귀한 손자가 마침내 펄펄 내리는 백설처럼 신의 축복 속에 탄생했다. 가족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손자는 기쁨과 행복으로 아낌없이 보답한다. 지난 1월2일은 우리부부 39주년 결혼기념일이다. 출산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아들 내외는 우리결혼기념을 축하하기 위해 자동차로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달려왔다. 나는 “아니 이제나 저제나 출산 소식만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 낳을 생각은 안하고 어떻게 왔어?”하며 며느리에게 말했다. 며느리는 “아직 진통이 심하지 않네요, 내일도 지켜보다가 산통이 없으면 병원에 가야겠어요,” 이리하여 딸 그리고 아들 내외와 케이크를 자르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며 화기애애한 기념일을 보냈다. 다음 날, 며느리는 산통은 없고 태아는 자꾸 커가는 느낌이라며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다급한 마음에 나는 평소에 찾지 않던 하나님을 불렀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제발 산모와 태아 고통을 줄여주시고 건강하게 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며느리는 24시간동안 자연분만을 유도했으나 제왕절개로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나는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남녀 차별 없이 둘만 낳아 잘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