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의 여유> 이유 불문 자식은 두고 볼 일이다 수필가 구순옥 인생의 꽃길이 이런 것인가. 가을로 접어드는 인생에 길목에서 행복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손자를 선물했다. 결혼하면 자식 낳는 일은 당연한 이치인 것을, 언제부턴가 미혼자들이 많아지고, 결혼해도 자식 낳기를 꺼린다. 21세기 젊은이들은 결혼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결혼해도 아이 낳지 않는 부부들이 늘어가고 있다. 낳아도 한두 명이다. 우리 아들도 예외는 아니다. 혼자 자유롭게 살아보다가 결혼할 거라, 고 늘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구세주가 나타났다. 인력은 곧, 경쟁력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경제성장 둔화는 물론 노인 부양문제로 젊은이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며느리는 세상에 그 무엇보다도 값진 혼수품을 지니고 왔다. 혼수품 축복이는 올 새해 벽두에 태어났다. 결혼도 하고 손자도 얻고 행복이 두 배다. 손자의 탄생은 가족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가족 간에 대화도 많아졌고 우애도 돈독해졌다. 할아버지는 손자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가끔은 말도 통하지 않는 손자와 영상 통화하면서 꿀 떨어지는 너털웃음은 그야말로
<커피한잔의 여유> 다시 봄 수필가 구순옥 생명력을 가장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화가가 신의 한수 봄이다. 해마다 묵묵히 재현되어도 그때마다 아쉽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마른나무에 촉촉이 물이 올라 잎이 돋아나고 만삭이 된 꽃 몽우리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순서 없이 피어낸다. 봄은 대자연만 꿈틀 거리는 것은 아니다. 빈 들판 농부들의 일손도 분주하다. 땅을 갈아엎어 밑거름을 주고 농작물을 심으며 한해 농사는 시작된다. 바삐 움직이는 이웃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비록 소일거리로 짓는 텃밭이지만 덩달아 몸도 마음도 들뜬다. 어떤 농부는 ‘봄이 오면 꽃놀이 보다 농사일부터 생각나요, 그렇다. 봄이 왔으니 농부들은 농사준비 과정에 들어간다. 초보농부인 나는 모종을 종묘상에서 사다 심기도 하지만 올해는 재미삼아 시험 삼아 씨앗 심는 포토에 각종 씨앗을 심어보았다. 튼튼한 모종으로 길러내 비닐멀칭 한 밭에 이식하려 한다. 우리는 2년전 만 해도 자동차로 한 시간 걸리는 안산시내에서 농사지으러 다녔다. 주말에만 다녀야 하니 처삼촌 벌초하듯 대충 지을 수밖에 없다. 잡초와의 전쟁은 끊이지 않고 언제나 완패다. 이제는 집 앞 뒤에 텃밭이 있으니 그
귀촌 생활은 만능맨이 되어야했다. 뚝딱뚝딱 고치고 만드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 한 달 전 밭모퉁이에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이유는 마늘이나 양파 등을 걸어 두고 말리려한다. 또한 농사짓는데 필요한 농기구나 퇴비·비료 같은 잡동사니들을 보관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확산이 두드러지던 햇살 좋은 12월의 연휴였다. 우리부부는 농사짓는데 필요한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눈·비·바람을 막아주는 이 하우스에서 나는 밭에 옮겨 심을 씨앗 포토 작업을 할 예정이다. 아늑한 공간에서 모종 키우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렌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비닐하우스를 짓는 데는 꼬박 삼일이 걸렸다. 건축에는 우선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한다. 남편은 우리 집 짓는 일만큼이나 하우스 짓는 일에도 밤잠 설치며 고심했다. 어떻게 하면 통풍이 잘되고 비가 새지도 않고 바람에도 강할까, 통풍이 잘 되어야 농작물 말리기도 좋고 여름에는 뜨겁지도 않아 일하기도 좋다. 하우스 설치비용은 누구도 믿겨지지 않는 단 돈 오만 원에 짓게 되었다. 오만원이 들어간 비용은 원형파이프와 하우스클립이다. 원형파이프는 중고 상에서 샀고 비닐을 팽팽하게 잡아주는 하우스클립은 철물점에서 샀다. 원형 파이프로 뼈대를 설치하
평범한 일상이 소중한 일상으로 간직하게 된 2020년도는 낯선 역사의 대현장이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악성바이러스가 전국을 순회하는 상황에서 나는 특별한 추억을 공유했다. 코로나19와 함께 한 아들 결혼식이다. 그리고 역대 가장 긴 기록을 세운 여름장마도 결코 잊지 못한다. 이런 걸 선견지명이 있다고 하는 걸까, 우리부부는 시골로 이사 오기를 참 잘했다 싶다. 텃밭농사에 재미를 붙이면서 생기도 얻고 사시사철 변화하는 풍경들과 무언의 대화도 나누며 일상을 보냈다. 철새들도 이런 보물섬이 좋은 모양이다. 싸한 바람타고 용케도 찾아왔다. 떼를 지어 자리를 이동할 때마다 고막 터질 듯한 함성소리는 갇혀 지내는 세상보고 힘내! 힘내라고, 하는 메시지로 들려온다. 이처럼 다양한 눈요기에 시골생활은 쓸쓸함도 외로움도 잊게 했다. 농한기인 요즘 이웃들의 왕래가 잦아질 시기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집밖을 나가지 못한다. 나는 이 여유로운 시간을 쫓아 글쓰기에 매진해 보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쓸 내용은 장황한데 문맥이 실타래처럼 엉켜 풀리지가 않는다. 수없이 퇴고를 거듭해 보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20이 반복되는 2020년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