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은뉴스= 강희숙 기자] 편집자주= 국내 체류 외국인이 총인구의 5%를 넘어서면 전문가들은 다문화 사회라고 평가한다. 우리나라도 작년 통계로 268만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집계돼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민청의 유치를 위해 안산시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다인종, 다민족 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저출산, 지방소멸시대, 생산인구 감소 등 인구 감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다문화의 유입은 절체절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산시 원곡동, 전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이다. 원곡동에 있는 부부로를 가다보면 안산외국인상담지원센터(이하 상담센터)가 있다. 이곳은 안산제일복지재단 강물이 위탁하는 기관으로 14개 나라의 언어로 월 3천건의 상담을 하고 있는 곳이다. 외국인 편의시설이 많아서 안산을 찾는 외국인도 많겠지만 막막한 일도, 힘든 상담도 척척 해결해주는 상담센터의 비중도 결코 작지만은 않다. 지난 10여년을 이주민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헌신해 온 안산외국인상담센터 권순길 센터장을 만났다.
Q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A 저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필리핀에서 가족들과 12년을 살다 왔습니다. 처음 입사하기 위해 이력서를 냈는데 해외에서 살다 온 경력이 도움이 된 것 같아 지금까지 10년째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 사회복지를 하면 내 인생의 십일조를 내는 기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10년 동안 열심히 해보자 했는데 올 해가 10년째입니다. 하나님의 일꾼된 자로 어렵고 힘든 해결이 안 되는 사람들이 해결을 받았을 때 그 포만감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앞으로도 남은 임기동안 처음 마음 먹은데로 살고 싶습니다.
Q 그동안 많은 일을 해결을 하셨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일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A 네.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베트남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상담이었는데요.
베트남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이 남편에게 학대를 많이 받아 정신병에 걸렸어요. 그래서 이혼도 했고 쫓겨났는데 얼마안가서 아이를 낳았는데 백인 아이를 출산한거예요. 베트남 여성은 피부색이 다르니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하고, 아이 아빠는 찾을 수 도 없고, 하지만 의학적으로 아이는 틀림없이 베트남 여성의 아이였어요. 그 후 베트남 대사관을 통해 의학적인 근거를 제시해 아이의 국적을 찾아주고, 그 여성의 가족을 찾아 본국으로 송환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례적인 일이었는데요. 정신병에 걸린 인도네시아 출신 근로자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치료도 요양도 어려워 본국으로 보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인도네시아 공동체와 협력해서 모금을 했습니다. 우리 센터에서도 조금 비용을 마련해 줬고, 마침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도 5백만을 모아서 무사히 본국으로 송환한 사례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사랑이법을 해결한 일이었어요. 사랑이법은 혼외자 출신의 자녀는 엄마만이 호적을 할 수 있는 법인데요. 한국인 남성과 중국인 여성사이에 자녀가 태어난 후 엄마가 떠나버려 한국인 아빠 앞으로 친생자로 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사랑이법에 걸려 할 수 없었어요. 이 사건은 장장 5년에 걸쳐 먼저 아이를 중국 국적을 갖게 한 후, 친부가 입양한 다음, 중국 국적을 포기한 후 한국 국적을 받을 수 있게 모든 절차를 처리해 준 사례도 있었습니다.
Q 오랜 세월 이주민을 위한 상담을 많이 해결하셨는데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먼저 이 모든 일은 상담센터 직원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제일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탁 기관이라 센터 운영비가 정해져 있어 직원들을 위한 복지를 많이 제공해 줄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명절 보너스도 많이 주고 싶고 복지 혜택도 많이 누리게 하고 싶지만 말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Q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상담 센터는 앞으로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나요?
A 상담센터는 현재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서 안산 지역에 다양한 기관이랑 MOU를 체결했어요. 안산대학교, 한양대학교, 법무법인, 노무법인, 경찰서, 소방서, 관공서 등 많은 기관과 단체, 병원들과 협력해서 전문적인 상담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어요. 현재 외국인을 위한 정보전달도 유투브로 10개의 언어로 제공하고 있고, 앱 개발을 통해 다양한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거리상 올 수 없는 사람을 위해서는 화상채팅도 하고 있고 IT시대에 발맞추어 다각도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A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요. 한국에 온 네팔 근로자 중 정치인이 6명인데 그 중 두 사람이 안산 출신인 것을 알게 됐어요. 한 명은 시장이 됐고, 다른 한 명은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요. 상담센터에서는 외국인에게 무료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거든요. 안산시에 근무했으니 도시간 좋은 협력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봤어요. 도시간 국제 교류를 통해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들이 많으면 저희도 보람도 있고 좋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상담센터는 서울 경기에서 30%, 전국에서 30%, 안산시에서 40% 정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우리 센터에 방문하는 외국인이 1,200명 정도 됩니다. 출생하는 아기부터 시체 운구까지 많은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안산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국인 장기 환자를 송환하면서 중국정부에서 감사패도 받았지만 사회적인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상담센터 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