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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성차별적 직장문화는 재난의 위기 속에서 더욱 크게 작용한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 큰 위기를 초래했다. 누구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재난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여성의 일자리는 경제 위기 때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사라져왔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남성에 비해 여성, 그 중에서도 대면서비스 업종이, 그리고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이 낮은 여성노동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2020년 12월 브리핑 발췌) 2021년의 성별임금격차는 33:100으로, 이 역시 남성의 정규직 비율은 증가한 데에 반해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었던 결과가 반영되었다.

20대 청년여성의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 구직 단념자는 34만명(2021년 2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66%가 증가했다. 여성노동자 실업률도 사상 최대로 15만명을 넘어선 상태이다. 그러나 구직의 소용돌이에 파묻힌 청년 혹은 일자리에서 쫓겨난 청년 노동자, 돌봄공백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그만두어야 했던 여성노동자 등 다양한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수치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지금도 다양한 여성노동자들이 우리 주변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지금부터 안산여성노동자회에서 운영하는 여성노동자 상담소 평등의전화 2020년 상담 추이를 통해 우리 주변의, 안산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살짝 들여다보고자 한다. 안산평등의전화 2020년 총 상담은 235건으로, 육아휴직 28%, 성희롱 24%, 출산전후휴가 15%, 직장내괴롭힘 14%, 그 외 기타 임금체불 등의 경향을 보였다.

 

◌ 더욱 복잡해지는 직장내성희롱과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를 신고했고, 그 가해자는 징계조치 됐어요. 그 후 가해자의 주변인들이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 회사는 할 일 다 했다며 사실상 손을 놓았고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한 해 안산평등의전화에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이 복잡하게 뒤엉킨 상담들이 줄을 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내몰릴 수 없어 고스란히 회사 내에서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직장 내에서는 직급, 성별, 나이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위계가 작동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남성일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회사 내 관계망, 업무권한 등 많은 것들을 쥐고 있어 성희롱이나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문제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충을 토로하면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 퇴사를 종용하기도 한다. 한 사건에 다양한 가해자와 여러 피해자가 동시에 생겨나기도 하며, 괴롭힘과 성희롱이 넘나들기도 한다. 피해자를 위해 도운 조력자도 제2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직장내성희롱과 괴롭힘은 다각적인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30인 이상의 사업장이라면 고충처리위원회와 고충처리 시스템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명확히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고충 처리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귀띔하여 가해자가 미리 대비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사문화되어 있는 직장의 분위기가 피해자에게 2차가해, 3차가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업주는 법의 물렁함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여럿을 괴롭히는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법에 기대어 희망을 가졌으나 사내 문제처리 과정을 겪으며 자신을 도와 줄 보호망이 없다고 느끼게 되는 피해자는 무력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제정된 지 2년이 되어 가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은 외면 받고 있다. 실제로 전국 평등의전화를 상담추이 분석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의 괴롭힘 피해자 상당수는 상담을 통해 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방안이 없어 불안한 심경을 공유하기도 했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에 관한 법 적용은 5인 미만까지도 확대해야 하며, 직장내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은 직장문화를 개선함으로써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이 불편하다는 감정을 겪으면 그것은 괴롭힘일 수 있고 성희롱일 수 있다. 사업주는 피해자를 우선으로 두어 문제해결 과정을 밟아 나아가야 한다. 또한 모든 직장의 구성원들이 감수성을 키워낼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에서 인증 받은 교육 기관에서 성희롱예방교육과 직장내괴롭힘 교육을 꾸준히 받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차별적인 직장문화는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더욱 크게 작동한다.

 

 

◌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 사용하지 못하거나, 강제로 사용해야 하거나

“개학이 늦어져 아이 돌봄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려 했더니, 회사에서는 ‘그게 뭐가 그리 급하냐’라며 육아휴직을 거부하네요.”

 

2020년 한 해 코로나19를 겪으며 돌봄의 공백은 여성들에게 고스란히 이중고, 삼중고로 씌워졌다. 안산평등의전화 상담을 통해서도 여성노동자들의 고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 개학 연기로 인하여 육아휴직이나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데 회사의 인식이 따라주지 않아 어찌할 방법이 있을지,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가족일원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을지 등 다양한 문의로 안산평등의전화의 문을 두드려 왔다.

 

또한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권유하는 분위기에서 육아휴직 혹은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사업장의 모든 직원이 무급휴가 중인데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표현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와는 반대로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라’며 종용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업장의 불안정성이 임신 중인 노동자들의 출산전후휴가 사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대목이다. 임신출산기의 노동자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출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은 1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임신기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육아휴직 및 출산전후휴가 기간이 지나고 나서도 회사 사정으로 인하여 혹은 돌봄의 공백으로 인해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렇게 노동시장으로 무사히 복귀하지 못하는 것은 여성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이는 돌봄의 문제로 귀결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돌봄 체계가 무너지면서 여성의 돌봄 노동이 가중화되었고, 가부장적 문화가 돌봄을 여성들만의 역할로 간주하면서 여성이 돌봄과 임금노동 사이에서 택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 코로나에도 정규직, 비정규직이 따로 작용하나?

이 외에도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정규직에게만 유급휴가 및 재택휴가를 허용하고 비정규직에게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차별행위 등의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대어 비정규 노동자를 해고시키며 동시에 구직공고를 내는 등 노동자에게 충분한 납득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기도 했다. 특히 전체 여성 임금노동자 중 45%의 비정규직 노동자이며,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기에 여성노동자들이 0순위로 영향을 받은 것은 자명하다.

 

위의 사례들은 낱개로 볼 수 있는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너른 노동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다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문화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직장문화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육아휴직 및 출산전후휴가 거부 등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응원의 마음을 보내본다. 상담실은 언제나 여성노동자들의 사회적 평등 실현을 위해 열려 있다. 031-494-4362로 전화하면 안산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 1670-1711 전국 평등의전화 대표번호로 연결되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참좋은뉴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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