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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의 여유> 신발이야기(수필가 구순옥)

<커피한잔의 여유>

신발이야기

 

수필가 구순옥

 

 

평생 나와 함께 하는 분신과 같은 신발은 발에 잘 맞으면 자유를 주고 발에 안 맞을 때는 구속이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잘 맞는 사람하고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기분이 좋지만 안 맞는 사람하고는 관계가 불편하다.

신발은 여자들에게는 미를 상징한다. 신발이기보다 패션이다. 높은 굽에 색상도 화려하고 디자인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나는 발볼이 넓어 예쁜 신발을 신지 못한다. 정장 차림에 구두 한번 신어 볼라치면 그날은 구속당하는 날이다. 신발 살 때마다 신어보고 또 신어보면서 선택의 갈등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처럼 편한 신발만 추구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신발 사이즈는 1센티나 늘었다.

 

얼마 전 신발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우리 집은 시골이라서 밭일을 제외하고는 삼선슬리퍼를 자주 신는다. 슬리퍼 두 켤레가 오른쪽 한쪽이 너덜너덜해졌다. 버리면 그만일 텐데 남편은 오래도록 신을 계획이었는지 반영구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고무슬리퍼는 바늘로 꿰맬 수도 없고 꿰맬 수 있는 바늘도 없다. 손재주가 있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남편은 집에 있는 나사못 중에서 가장 예쁜 것으로 골라 슬리퍼 두 짝에 드르륵 드르륵 드릴로 박아버린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슬리퍼에 나사못을 박다니, 순간 어린 시절 나무로 만든 신발이 떠올랐다. 나무신은 지금의 슬리퍼 모양이다. 일명 ‘게다’라고 불렀다.

 

나는 “여보 우리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못 살면 억울하겠지요?” 남편의 대답은 “당신이 살림을 잘 살아주기도 했지만 알뜰한 남편만나 지금 이만큼 사는 거야?,” 그러면서 이 기가 막힌 현장을 사진 찍어 지인들에게 전송했다. 지인들은 오모나, 이게 뭔 일이고, 재미있네, 튼튼하겠다, 라며 호탕하게 웃는 캐릭터를 날린다. 그런데 며칠 못가 이번에는 슬리퍼 바닥이 두 동강 나버렸다.

 

신발하면 500여 년 전의 원이엄마의 미투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북안동에서 일가족 묘가 발견됐는데 조모와 손자의 시신이 미라상태였다. 수많은 부장품들이 나와 세상을 화들짝 놀라게도 했다. 특히 손자(원이아빠)의 부장품에는 원이엄마의 머리카락으로 짠 미투리가 들어있었다. 미투리를 머리카락으로 짠다는 것은 세심한 정성이 들어가야 했을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고운신발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초등학교 때까지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고무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겨울에는 발이 무척 시리다. 고무신이 찢어지기라도 하면 아버지는 얼른 꿰매주셨다.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끈을 매는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다. 천으로 된 파란색 운동화를 신고 왕복 이십 리 길을 걸어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다녔나 꿈만 같고 새삼스레 운동화가 고마워진다.

 

일찍이 어머니를 다시 못 올 곳으로 보낸 아버지는 여덟 자식 키우느라 평생 가죽구두 한번 신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하얀 고무신만 신고 사셨던 아버지는 읍내 오일장에 가실 때마다 잘 다려진 하얀 한복에 하얀 고무신은 참 잘 어울리셨다. 지금도 하얀 고무신만 보면 아버지가 먼저 생각난다. 나는 아버지의 하얀 고무신을 부드러운 볏짚으로 거친 모래를 묻혀 박박 닦아 드린 기억도 생생하다. 뽀얗게 닦아진 신발을 볼 때면 내 마음도 티 없는 하늘같았다.

육이오 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들은 신발을 꿰매신고 다녔던 세월이 묻어 있다. 물질만능시대에 꿰맨 삼선슬리퍼는 궁상맞기 보다는 정감이 느껴진다. 사람은 추억을 되살리며 살아가기 때문인가 보다. 남편의 정성이 들어간 남은 한 켤레의 슬리퍼 오래도록 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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