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필자 김정아 필자의 취미는 명실상부(名實相符)한 독서였다. 초등학교 때였나? 가정환경조사 비슷한 서류를 작성하다가 정확히 나의 취미가 뭔지 모르겠어서 남들 따라 독서라고 쓴 적이 있었다. 선생님께 거짓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때부터 진짜로 책을 취미삼아 읽기 시작했는데, 그 덕분에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필자의 취미는 줄곧 독서였다. 하지만 직장생활과 육아에 지치고 스마트폰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도 어려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장애 엄마들의 밴드에서 책모임 후기글을 읽고는 주저 없이 참여 신청을 했다. 월 1회 정도면 회사에 휴가를 쓰고서라도 갈 작정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3회차가 되었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책을 정해서 한 달에 한권씩 읽고, 모여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오랜만에 사색의 즐거움을 느끼고, 또 서로에게 점점 깊은 공감과 연대의식을 갖게 되었다. 지난 모임의 책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이었다. 소설가였던 지민의 어머니는 작품 속에서 시간여행을 통해 세 번의 삶을 살게 되는 연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필자 김정아 비장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큰 아이와 같은 학교를 보낼지, 아니면 다른 학교를 보낼지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만약 두 아이의 학교를 달리 하려면 큰 아이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 둘째를 집 앞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잘 적응하고 있는 큰 아이를 다른 곳으로 전학시키자니 아이에게도 필자에게도 번거롭기만 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친구들과 다닐 수 있는 집 앞 학교를 두고 둘째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결국엔 두 아이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입학식 다음날, 두 아이가 처음으로 함께 학교에 가는 날이다. 늘 혼자 등교하던 첫째는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들락날락하며 기다리고 있다. 둘째는 엄마랑 오빠랑 다 같이 학교에 간다며 신이 났다. 장애 오빠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을 받을까봐 걱정스러운 엄마의 마음은 전혀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분주하게 아이 둘을 데리고 교문에 이르렀다. 첫째는 작은 목소리로 “다녀오겠습니다” 한 마디를 하더니 어슬렁어슬렁 교문으로 들어가 버린다. 둘째는 엄마를 한 번 안아주고, 큰 소리로 “잘 다녀올게~” 하더니, “오빠, 나도 같이 가야지!” 하며 뛰어가서는 오빠 손
이웃의 이야기 ‘모두 다 꽃이야’/제42화 카톡 친구가 생기다 필자 김정아 “카톡!” 주말 오후, 가족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들의 핸드폰이 울렸다. 가족 외에는 연락하는 사람이 없어, 가족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좀처럼 울릴 일이 없던 핸드폰이다. “카톡, 카톡!” 또 다시 울린다. 핸드폰이 옆에 있지만 아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야, 카톡 왔는데. 확인 해 봐야지~” “네~ 확인해 볼게요.” 그제서야 아들은 핸드폰을 들고 카톡의 주인공을 확인한다. “엄마, ○○형이에요. ○○형은 지금 아빠랑 농구 보러 간대요!” “그래? 그럼 너도 대답해 줘야지.” “네. 잘 갔다 오라고 할게요.” 핸드폰을 쥔 아들의 손가락이 바쁘다. 무언가를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하는걸 보니 오타가 나서 열심히 수정하는 것 같다. “다 보냈어요~”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방으로 휙 들어가 버린다. 대화 상대가 다시 답장을 보낼 수도 있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나 보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아동들의 가장 큰 특징은 상호작용의 미숙함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거는데, 다 듣고 있으면서도 즉각적이고 적절하게 반응하기를 어려워한다. 아들도 다른 사람의 부름에 5
[참좋은뉴스= 김정아 컬럼리스트] 아이들이 근처 외할머니 댁에서 자고 오는 금요일 밤이다. 때를 놓친 저녁식사 대신 남편과 맥주 한 잔으로 한 주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우연히 TV를 틀었다가, 한참 이슈가 되었던 아파트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 문제를 보도하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통합배송시스템’이라는 것이 유력시된다는 보도였다. 통합배송시스템이란 택배기사들이 단지 내 지정 장소까지 배송을 하면, 여기서부터 집 앞까지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배송을 해 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구직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오늘 아들의 치료 상담 중에 아들의 성인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터라, 이런 보도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처음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되었을 때, 우리 부부의 가장 큰 걱정은 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발달장애에 대한 지식이 없고, 아이의 잠재력을 확인할 길도 없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고등학교 졸업 후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곤 했다. 그러나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해가는 아이를 보면서, 그리고 특정 영역에서는 자신만의 강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