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이야기 ‘모두 다 꽃이야’/제42화
카톡 친구가 생기다
필자 김정아
“카톡!”
주말 오후, 가족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들의 핸드폰이 울렸다. 가족 외에는 연락하는 사람이 없어, 가족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좀처럼 울릴 일이 없던 핸드폰이다.
“카톡, 카톡!”
또 다시 울린다. 핸드폰이 옆에 있지만 아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야, 카톡 왔는데. 확인 해 봐야지~”
“네~ 확인해 볼게요.”
그제서야 아들은 핸드폰을 들고 카톡의 주인공을 확인한다.
“엄마, ○○형이에요. ○○형은 지금 아빠랑 농구 보러 간대요!”
“그래? 그럼 너도 대답해 줘야지.”
“네. 잘 갔다 오라고 할게요.”
핸드폰을 쥔 아들의 손가락이 바쁘다. 무언가를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하는걸 보니 오타가 나서 열심히 수정하는 것 같다.
“다 보냈어요~”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방으로 휙 들어가 버린다. 대화 상대가 다시 답장을 보낼 수도 있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나 보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아동들의 가장 큰 특징은 상호작용의 미숙함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거는데, 다 듣고 있으면서도 즉각적이고 적절하게 반응하기를 어려워한다. 아들도 다른 사람의 부름에 50% 이상 반응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 것 같다. 그래도 이젠 꽤나 적절한 호명반응을 보이기에, 다음 단계로 카카오톡 대화를 시도해보고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카톡도 본인이 필요할 때에만 즉각적으로 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언어 소통을 배울 때처럼 말이다.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을 위해 함께 언어치료를 하고 있는 형과 그 엄마, 언어치료사까지 합심해서 아이들에게 문자 소통 방법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한 살 많은 형은 이미 가족들과 카톡을 자주 하고 있어, 아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 주었다. 치료사는 아이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대화 주제를 던져준다. 답장이 늦는 아들에게도 늘 친구처럼 편안한 반응을 보여준다. 그렇게 1~2주를 하다 보니, 이제는 아들이 먼저 단톡방에 사진을 툭 올려놓기도 한다.
“○○야, 이게 무슨 사진이야?”
“제가 ○○○ 선생님이랑 만든 바나나쉐이크에요.”
“와, 진짜 맛있겠다!”
“네. 맛있어요.”
아들이 잠든 사이 몰래 카톡을 보다가 이런 대화를 발견했다. 짧은 대화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건넸다는 사실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엄마가 자기 대화를 보는 걸 싫어해서, 몰래 훔쳐보는 필자의 상황이 정말 우습고 기뻤다.
문득, 아들의 카톡 친구 목록을 살펴보았다. 가족이 전부였던 그곳에, 불과 한 달 만에 6명의 이름이 더해졌다. 아직은 또래 친구보다 선생님들의 연락처가 더 많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는 활동지원사 선생님도 엄마나 할머니 대신 아들에게 직접 전화를 한다. 언어든, 문자든, 점점 소통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 안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아들의 발걸음에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고, 또 함께 지켜보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느리고 서툴더라도, 생애 주기 동안 남들이 거치는 대부분의 것들을 우리 아들도 함께 경험했으면 좋겠다.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때론 억울한 일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로애락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경험으로 배우고, 또 그만큼 성숙해지겠지. 엄마는 그저 너의 성장을 지켜보고, 거들 뿐. 아들이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모두 다 꽃이야’는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꽃이 어디에서 어떻게 피어도 모두 다 꽃이듯,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도 모두 하나하나의 소중한 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